수채화 여행 저널, 올해야말로 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 한 번쯤 해보셨죠? 저도 그랬어요. 사진으로는 담기지 않는 그 순간의 공기, 빛의 온도 같은 것들을 기록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저는 미술 시간에 항상 하위권이었어요. 그림이라곤 초등학교 이후로 제대로 그려본 적이 없었죠.
그런 제가 지난 1년간 제주도, 교토, 파리를 다니며 수채화 여행 저널을 꾸준히 써왔어요. 지금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드로잉이 좋아요 2,000개를 넘기기도 하더라고요. 오늘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수채화 여행 저널을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수채화 여행 저널, 왜 사진 대신 그림일까요?
처음에는 저도 의문이었어요. 스마트폰 카메라가 이렇게 좋은데 굳이 그림을 왜 그리지? 그런데 직접 해보니까 완전히 다른 경험이더라고요.
사진은 찍는 순간 1초면 끝나잖아요. 하지만 수채화 여행 저널은 그 장소에서 20분, 30분을 머물러야 해요. 그 시간 동안 저는 그 공간을 정말 ‘보게’ 되더라고요. 카페 창문으로 들어오는 오후 햇살의 각도, 거리의 간판 색깔,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차림까지. 이런 디테일들이 머릿속에 새겨지면서 여행의 기억이 훨씬 선명해졌어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10년 후에 다시 봤을 때의 감동이 달라요. 제 첫 수채화 저널을 펼치면 그때의 서툰 선 하나하나에서 그 순간의 떨림이 느껴지거든요. 사진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정이에요.
수채화 여행 저널 시작 전 마인드셋: 못 그려도 괜찮아요
이 부분을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수채화 여행 저널의 목적은 ‘잘 그린 그림’이 아니에요. 여행의 순간을 나만의 방식으로 기록하는 거예요.
저도 처음에는 정말 부끄러웠어요. 제주 성산일출봉을 그렸는데 솔직히 아이가 그린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신기한 게, 6개월 뒤에 다시 보니까 그 서툰 그림이 너무 사랑스러운 거예요. 그날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일출을 보러 갔던 기억, 바람이 너무 차가웠던 것, 옆에서 같이 그림 그리던 일본인 할머니와 나눈 대화까지 다 떠오르더라고요.

그러니까 ‘잘 그려야 한다’는 부담은 내려놓으세요. 선이 삐뚤어도, 색이 번져도, 비율이 이상해도 괜찮아요. 그게 바로 그 순간의 당신이니까요.
수채화 여행 저널 휴대용 도구 추천: 제가 직접 써본 것들
1년간 여러 제품을 써보면서 정말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게 됐어요. 처음부터 비싼 걸 살 필요 전혀 없어요.
수채화 여행 저널 필수 도구 리스트
| 품목 | 추천 제품 | 가격대 | 한줄평 |
|---|---|---|---|
| 휴대용 수채화 물감 | 사쿠라 쁘띠 컬러 12색 | 18,000원 | 가볍고 색상 발색 좋음 |
| 워터브러시 | 펜텔 아쿠아쉬 중붓 | 5,500원 | 물통 없이 그릴 수 있어 필수 |
| 스케치북 | 몰스킨 워터컬러 포켓 | 22,000원 | 휴대성 좋고 종이 두꺼움 |
| 방수펜 | 유니핀 파인라인 0.3mm | 3,000원 | 번지지 않아서 좋음 |
총 비용 약 48,500원이면 수채화 여행 저널을 시작할 수 있어요. 처음부터 화방에서 10만 원어치 사지 마세요. 저도 그랬다가 후회했거든요. 써보지도 않은 물감이 아직도 서랍에 있어요.
있으면 좋은 추가 도구
조금 익숙해지면 이런 것들을 추가해보세요:
마스킹 테이프(2,000원대)는 스케치북 가장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해줘요. 휴대용 팔레트(8,000원대)는 물감을 덜어서 섞을 때 편하고요. 연필 지우개 세트는 사실 저는 잘 안 써요. 바로 펜으로 스케치하는 게 더 자연스럽더라고요.

수채화 여행 저널 기초 스케치 팁: 10분 만에 한 장 완성하기
여행 중에 30분씩 앉아서 그림 그릴 시간이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10분 스케치’ 방식을 터득했어요.
10분 스케치 프로세스
먼저 3분 동안 방수펜으로 대략적인 윤곽을 잡아요. 이때 디테일은 무시하고 큰 덩어리만 잡으세요. 건물이면 전체 실루엣, 음식이면 그릇 모양 정도만요.
그다음 5분 동안 워터브러시로 색을 입혀요. 완벽하게 칠하려고 하지 마세요. 대충 큰 면적에 색을 올리고, 물을 많이 머금은 브러시로 번지게 하면 돼요. 이 ‘번짐’이 수채화의 매력이에요.
마지막 2분은 펜으로 포인트 디테일을 추가해요. 창문 몇 개, 그림자 선, 글씨 같은 것들이요. 이렇게 하면 10분 만에 한 장이 완성돼요.
초보자가 자주 하는 실수
제가 초반에 했던 실수들 공유할게요. 첫째, 너무 디테일하게 그리려고 해요. 창문 하나하나, 벽돌 하나하나 그리려다 지쳐서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과감하게 생략하세요.
둘째, 물을 너무 적게 써요. 수채화는 물이 생명이에요. 물을 넉넉히 쓰면 자연스럽게 번지면서 예쁜 그라데이션이 생겨요.
셋째, 마르기 전에 색을 덧칠해요. 수채화는 레이어링이 중요한데, 아래층이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위에 색을 올리면 탁해져요. 조금 기다렸다가 덧칠하세요.
제주도 수채화 여행 저널 드로잉 예시
지난해 4월 제주도 여행에서 그린 스케치들을 보여드릴게요. 한국 봄꽃 여행 시즌이라 벚꽃이 한창이었어요.

성산일출봉은 일출 시간에 맞춰 갔는데, 해가 뜨는 동안에는 그릴 시간이 없어서 사진만 찍었어요. 그리고 근처 카페에 앉아서 사진 보면서 30분 정도 그렸어요. 하늘 색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는데, 노란색-주황색-분홍색-보라색 순으로 그라데이션을 넣으니까 꽤 그럴듯하더라고요.
협재해변에서는 카페 테라스에 앉아서 바다를 그렸어요. 바다 색깔이 정말 특이했거든요. 에메랄드빛이라고 하잖아요. 그 색을 내려고 파란색에 초록색을 조금 섞고, 흰색 부분은 그냥 종이를 남겨뒀어요. 수채화에서 흰색은 종이 자체로 표현하는 게 가장 예뻐요.
교토 수채화 여행 저널 드로잉 예시
지난 11월 교토 단풍 여행에서는 거의 매일 스케치했어요. 교토는 수채화 여행 저널하기에 정말 좋은 도시예요. 어딜 가나 그림이 되거든요.

금각사에서는 연못에 비친 금각사를 그렸어요. 금색 표현이 어려워서 노란색에 오렌지색을 섞었더니 의외로 괜찮았어요. 단풍은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을 물 많이 머금은 붓으로 점점이 찍듯이 표현했어요.
아라시야마 대나무숲은 사실 그리기 가장 어려웠어요. 대나무가 너무 많잖아요. 그래서 과감하게 대나무 3-4개만 앞에 크게 그리고, 뒤쪽은 연한 초록색으로 흐릿하게 처리했어요. 이렇게 ‘선택과 집중’을 하니까 오히려 더 분위기 있는 그림이 됐어요.
니시키 시장에서 먹은 타코야끼도 그렸어요. 음식 그리기는 의외로 재미있어요. 갈색 소스, 분홍색 생강, 초록색 파 이런 식으로 색 대비가 확실해서 초보자도 그리기 쉬워요.
파리 수채화 여행 저널 드로잉 예시
올해 1월 파리에서 일주일간 있었는데, 겨울 파리도 수채화 여행 저널 하기 좋았어요. 흐린 날이 많아서 오히려 부드러운 색감을 표현하기 좋더라고요.

에펠탑은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그렸어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30분밖에 못 있었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윤곽만 잡고 나중에 호텔에서 색을 입혔어요. 여행 중에는 이렇게 ‘현장 스케치 + 숙소 채색’ 방식도 괜찮아요.
마레 지구의 카페들은 정말 그림이 되더라고요. 파란색 차양, 빨간색 의자, 베이지색 건물 외벽. 색 조합이 너무 예뻐서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칠했는데도 멋있었어요.
몽마르트르 언덕에서는 사크레쾨르 성당을 그렸어요. 흰색 건물이라 어려울 줄 알았는데, 하늘을 연한 파란색으로 칠하고 건물은 거의 안 칠하니까 자연스럽게 흰색 건물이 표현됐어요.
수채화 여행 저널 SNS 공유용 촬영법
열심히 그린 수채화, 예쁘게 찍어서 공유하고 싶잖아요. 제가 터득한 촬영 팁 알려드릴게요.
자연광이 최고예요
수채화는 자연광에서 찍어야 색감이 제대로 나와요. 창가 근처에서, 해가 직접 비치지 않는 은은한 자연광 아래에서 찍으세요. 직사광선은 그림자가 너무 강하게 생겨서 별로예요.
45도 각도로 찍기
정면에서 찍으면 밋밋해요. 살짝 비스듬하게 45도 각도에서 찍으면 입체감이 생겨요. 그리고 그림 전체를 다 넣으려고 하지 말고, 일부만 클로즈업해서 찍는 것도 예뻐요.
소품 활용하기
스케치북 옆에 사용한 물감이나 붓을 함께 놓으면 분위기가 살아요. 여행지에서 산 엽서나 티켓, 카페 영수증 같은 것도 좋은 소품이 돼요. 커피 한 잔 옆에 스케치북을 펼쳐놓고 찍는 것도 인스타그램에서 반응 좋더라고요.

편집은 가볍게
사진 편집은 밝기와 대비만 살짝 조정하세요. 필터를 너무 많이 씌우면 수채화 본연의 색감이 죽어요. 저는 VSCO 앱에서 밝기 +0.5, 대비 +0.3 정도만 조정해요.
수채화 여행 저널 꾸준히 하는 방법
솔직히 처음 몇 번은 누구나 해요. 문제는 꾸준히 하는 거잖아요. 저도 중간에 몇 번 포기할 뻔했어요. 제가 꾸준히 할 수 있었던 방법 공유할게요.
완벽주의 버리기
앞에서도 말했지만 정말 중요해요.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아서 못 그리겠어’, ‘이 풍경은 너무 복잡해서 못 그리겠어’ 이런 생각이 들면 그냥 커피잔 하나만 그리세요. 5분이면 돼요. 매일 완벽한 그림을 그릴 필요 없어요. 뭐라도 그리면 성공이에요.
SNS에 올리기
부끄럽더라도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 올려보세요. 좋아요 하나, 댓글 하나가 엄청난 동기부여가 돼요. #수채화여행 #traveldiary #travelsketch 같은 해시태그를 달면 비슷한 취미를 가진 분들과 연결될 수도 있어요.
작은 것부터 그리기
꼭 풍경만 그릴 필요 없어요. 호텔 방 열쇠, 비행기 탑승권, 먹은 음식, 길에서 주운 낙엽 같은 작은 것들도 훌륭한 소재예요. 오히려 이런 소소한 것들이 나중에 더 추억이 되더라고요.
수채화 여행 저널 추천 유튜브 채널과 책
독학으로 배우기 좋은 자료들 추천해드릴게요.
유튜브 채널
‘이연수 수채화’는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려줘서 좋아요. ‘Teoh Yi Chie’는 영어지만 여행 스케치 전문이라 정말 도움 돼요. ‘Liron Yanconsky’도 간단하고 감성적인 스케치를 알려줘요.
추천 도서
‘여행 스케치 쉽게 하기'(펠릭스 쉰버거 저)는 초보자용으로 좋아요. ‘The Urban Sketcher’는 도시 풍경 위주인데 구도 잡는 법을 잘 알려줘요.
수채화 여행 저널 시작, 이번 여행부터 해보세요
글이 길어졌는데요, 결론은 간단해요. 일단 시작하세요. 48,500원짜리 기본 도구 세트 하나 사서, 다음 여행에서 딱 한 장만 그려보세요.
처음에는 분명 만족스럽지 않을 거예요. 저도 그랬어요. 하지만 5장, 10장 그리다 보면 조금씩 늘어요. 그리고 1년 후에 첫 그림을 다시 보면, 그 서툰 선들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이 될 거예요.
수채화 여행 저널은 그림 실력이 아니라 여행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줘요. 빨리빨리 다음 명소로 이동하는 대신, 한 장소에서 천천히 머무르며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게 해줘요. 이게 진짜 여행 아닐까요?
다음 여행 계획 세우고 계시다면, 짐 싸실 때 작은 스케치북 하나 넣어보세요. 분명 여행이 달라질 거예요.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