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초보자 가이드 2026: 종교 없이 떠나는 프랑스길 100km 완벽 정복

산티아고 순례길, 올해 드디어 첫 발을 내딛었어요. 종교가 없어도 괜찮을까 고민했던 제가 직접 걸어보고 온 솔직한 후기와 준비 과정을 나눠볼게요.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 출발점 생장피에드포르 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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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이란? 종교 없이도 떠날 수 있는 이유

산티아고 순례길은 스페인 북서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까지 이어지는 도보 여행길이에요. 원래는 가톨릭 성지순례 목적이었지만, 요즘은 종교와 상관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됐더라고요. 실제로 제가 만난 순례자 중 절반 이상이 비종교인이었어요.

저도 특별한 신앙은 없지만,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했거든요. 매일 걷기만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어요. 결론부터 말하면, 산티아고 순례길은 종교적 의미를 떠나 누구에게나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어요.

산티아고 순례길 코스 선택: 초보자에게 프랑스길 100km를 추천하는 이유

산티아고 순례길에는 여러 루트가 있어요. 프랑스길, 포르투갈길, 북쪽길 등 다양한데, 초보자라면 단연 프랑스길(Camino Francés)을 추천드려요.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 노란 화살표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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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길 100km 코스가 첫 순례에 적합한 이유

전체 프랑스길은 약 800km에 달하지만,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이나 체력에 자신 없는 분들은 마지막 100km 구간만 걸어도 돼요. 사리아(Sarria)에서 출발해 산티아고까지 가는 코스인데, 이 100km만 완주해도 공식 순례 완주 증명서인 ‘콤포스텔라’를 받을 수 있거든요.

구분 전체 프랑스길 100km 코스
거리 약 800km 약 115km
소요 기간 30~35일 5~7일
난이도 중하
콤포스텔라 발급 가능 가능
하루 평균 거리 20~25km 18~23km

저는 7박 8일 일정으로 사리아에서 출발했어요. 하루 평균 16~20km 정도 걸었는데, 적당히 힘들면서도 무리 없이 완주할 수 있었어요.

산티아고 순례길 7박 8일 일정 추천

제가 실제로 걸었던 일정을 공유할게요. 체력 분배를 고려해서 중간중간 짧은 구간도 넣었어요.

산티아고 순례길 사리아 출발점 순례자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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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사리아(Sarria) → 포르토마린(Portomarín) | 22.5km

첫날이라 긴장 반 설렘 반이었어요. 사리아 구시가지를 지나 숲길로 접어드는데,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정말 예뻤어요. 포르토마린은 댐 건설로 마을 전체가 이전된 독특한 역사가 있는 곳이에요. 저녁에 광장에서 먹은 풀포(문어 요리)가 12유로였는데 양도 푸짐하고 맛있었어요.

Day 2: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Palas de Rei) | 25km

이 구간이 가장 힘들었어요. 오르막이 많고 거리도 길어서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거든요. 알베르게에서 만난 독일인 부부가 물집 밴드 붙이는 법을 알려줬는데,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이 참 따뜻하더라고요.

Day 3: 팔라스 데 레이 → 멜리데(Melide) | 15km

짧은 구간이라 여유롭게 걸었어요. 멜리데는 풀포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곳인데, 에스키나(Ezquina)라는 식당에서 먹은 풀포가 지금까지 먹어본 중 최고였어요. 가격은 14유로 정도였고요.

Day 4: 멜리데 → 아르수아(Arzúa) | 14km

가장 편안했던 구간이에요. 유칼립투스 숲을 지나는데 향기가 정말 좋았어요. 아르수아에서는 지역 특산물인 치즈를 꼭 드셔보세요. 작은 마트에서 산 치즈 한 덩어리가 3유로였는데 크림처럼 부드러웠어요.

Day 5: 아르수아 → 오 페드로우소(O Pedrouzo) | 19km

산티아고가 가까워지니까 순례자가 확 늘어났어요. 길이 붐비기 시작했지만,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할 기회도 많았어요. 한국에서 온 50대 부부도 만났는데, 퇴직 후 버킷리스트로 왔다고 하시더라고요.

Day 6: 오 페드로우소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 20km

드디어 마지막 구간! 몬테 도 고소(Monte do Gozo)에서 산티아고 대성당 첨탑이 보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어요. 대성당 광장에 도착해서 바닥에 주저앉아 한참을 멍하니 있었어요. ‘내가 해냈구나’ 하는 감정이 밀려오더라고요.

Day 7~8: 산티아고 여유 일정

순례자 사무소에서 콤포스텔라 증명서 받고, 대성당 미사 참석하고, 구시가지 구경하면서 보냈어요. 피스테라(Finisterre)까지 버스로 다녀오는 것도 추천해요. ‘땅끝’이라는 뜻인데, 대서양을 바라보며 순례를 마무리하는 기분이 남달랐어요.

산티아고 순례길 알베르게 예약 팁

알베르게(Albergue)는 순례자 전용 숙소예요. 공립과 사립이 있는데, 각각 장단점이 있어요.

산티아고 순례길 알베르게 내부 2층 침대와 순례자 배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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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 알베르게 vs 사립 알베르게

구분 공립 알베르게 사립 알베르게
가격 6~12유로 12~25유로
예약 대부분 불가 (선착순) 예약 가능
시설 기본적 상대적으로 쾌적
분위기 진정한 순례 느낌 편안함 추구

저는 사립 알베르게 위주로 묵었어요. 예약은 Booking.com이나 Gronze 앱을 이용했는데, Gronze가 순례길 전용이라 정보가 더 정확했어요. 성수기(5~9월)에는 최소 2~3일 전에 예약하는 게 안전해요.

솔직히 알베르게 시설은 기대 이하인 곳도 있었어요. 코골이 심한 분 옆자리에 배정되면 잠을 설치기도 하고요. 그래도 공동 주방에서 같이 요리하고 이야기 나누는 경험은 호텔에서 절대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 있어요.

알베르게 예약 시 체크할 것들

  • 세탁 시설 유무 (빨래 필수!)
  • 주방 이용 가능 여부
  • 체크인 시간 (보통 13~14시 이후)
  • 침대 개수 (적을수록 조용함)

순례자 여권(크레덴시알) 받는 법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위해서는 순례자 여권(Credencial del Peregrino)이 필수예요. 이 여권에 매일 도장(셀요, Sello)을 받아야 완주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거든요.

산티아고 순례길 순례자 여권 크레덴시알과 도장들
Photo by Borys Zaitsev on Pexels

순례자 여권 발급 방법

한국에서 미리 받기: 한국 산티아고 순례자 협회 웹사이트에서 신청 가능해요. 발급비 1만 원 정도이고, 우편으로 받을 수 있어요. 저는 한국에서 미리 받아갔는데, 도착하자마자 바로 걸을 수 있어서 편했어요.

현지에서 받기: 사리아 성당이나 순례자 사무소에서 발급 가능해요. 2유로 정도 기부금을 내면 돼요. 다만 사무소 운영 시간이 제한적이니 미리 확인하세요.

도장 받는 팁

알베르게, 식당, 성당, 바(Bar) 등에서 도장을 받을 수 있어요. 100km 구간은 하루에 최소 2개 이상 도장이 필요하니 잊지 마세요. 저는 예쁜 도장 모으는 재미에 일부러 작은 성당도 찾아다녔어요. 나중에 보면 각 도장마다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요.

산티아고 순례길 준비물과 예산

필수 준비물

  • 등산화: 발목 지지가 되는 경등산화 추천. 새 신발 금지! 최소 50km 이상 길들여가세요
  • 배낭: 35~40L 권장, 무게는 체중의 10% 이내로
  • 침낭: 알베르게에서 필수. 가벼운 여름용이면 충분
  • 물집 밴드: 컴피드 브랜드 강력 추천
  • 스틱: 무릎 보호에 필수, 접이식 1개면 충분

7박 8일 예산 (2026년 2월 기준)

항목 금액
항공권 (인천-마드리드 왕복) 약 130만 원
마드리드-사리아 이동 약 8만 원 (기차+버스)
알베르게 숙박 (7박) 약 15만 원
식비 (7일) 약 25만 원
기타 (입장료, 간식 등) 약 5만 원
총합 약 183만 원

생각보다 저렴하죠? 알베르게 숙박이 워낙 싸고, 순례자 메뉴(Menu del Peregrino)가 10~13유로에 전채, 메인, 디저트, 음료까지 포함이라 식비도 많이 안 들었어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느낀 것들

솔직히 처음엔 ‘그냥 오래 걷는 건데 뭐가 특별하겠어?’ 싶었어요. 근데 막상 걸어보니 완전 달랐어요.

산티아고 순례길 갈리시아 지방 푸른 초원과 순례자 실루엣
Photo by Carmen Dominguez on Pexels

하루 종일 걷다 보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어느 순간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발이 아프면 아픈 대로, 배고프면 배고픈 대로 느끼면서 걷는 거예요. 스마트폰도 거의 안 봤어요. 그냥 걷고, 먹고, 자고. 이렇게 단순한 하루가 얼마나 충만할 수 있는지 처음 알았어요.

종교가 없어도 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굳이 신을 믿지 않아도, 자연과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은 그 자체로 치유가 되더라고요.

물론 힘든 순간도 많았어요. 비 오는 날 진흙탕 길을 걸을 때, 물집이 터져서 절뚝거릴 때,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싶은 순간이 분명 있었어요. 그런데 그 힘든 순간을 버텨냈다는 것 자체가 나중에 큰 자신감이 되더라고요.

산티아고 순례길 자주 묻는 질문

Q. 영어 못해도 괜찮을까요?

기본적인 영어만 되면 충분해요. 스페인어 몇 마디(Hola, Gracias, Buen Camino) 정도만 알아도 현지인들이 반겨줘요. 저도 영어 잘 못하는데 전혀 문제없었어요.

Q. 혼자 가도 안전할까요?

산티아고 순례길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트레킹 코스 중 하나예요. 순례자가 워낙 많아서 완전히 혼자인 구간이 거의 없고, 다들 서로 챙겨주는 분위기예요. 여성 혼자 여행하는 분들도 정말 많이 봤어요.

Q. 가장 좋은 시기는 언제인가요?

5~6월이나 9~10월을 추천해요. 7~8월은 너무 덥고 사람도 많아요. 저는 5월 초에 갔는데, 날씨도 선선하고 야생화가 만발해서 정말 예뻤어요.

해외 트레킹이 처음이시라면, 쿠라사오 여행 가이드도 참고해보세요. 색다른 해외 여행지 정보를 얻으실 수 있어요.

마치며: 산티아고 순례길, 당신도 할 수 있어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전과 후, 제 삶은 확실히 달라졌어요. 거창한 깨달음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그냥 ‘나도 할 수 있구나’, ‘천천히 가도 결국 도착하는구나’ 하는 소박한 확신이 생겼달까요.

종교가 없어서 망설이고 계신다면, 걱정 마세요. 산티아고 순례길은 신을 만나러 가는 길이 아니라, 나 자신을 만나러 가는 길이에요. 7박 8일, 100km. 생각보다 짧지만, 그 안에서 얻는 건 상상 이상으로 클 거예요.

부엔 까미노(Buen Camino)! 좋은 여정 되세요.

더 자세한 여행 정보는 산티아고 순례자 사무소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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